결혼후 양가 부모님께서는 우리사이의 아기를 그 누구보다 기다렸습니다.
친구들의 아들 딸들은 결혼후 바로 아기를 가졌고 예쁘고 귀여운 손자 소년 자랑을 많이 하셨던가 봅니다. 그러던 중 우리에게도 아기가 생겼고 무사히 건강한 아들을 낳았습니다.
주변에서는 늦게 생긴 우리의 아기에게 축하해 주셨습니다.
부모님께서는 주변 친구분들께 손자 자랑을 너무 많이 해서 친구분중 한분이 "앞으로 손자 자랑 할 사람은 만원내고 해라" 라고 법을 지정하였고 기꺼이 만원을 내고 자랑을 하셨습니다.
조금 놀라웠던 것은 아기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신 아버지께서도 손자에게는 한없이 다정하고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우리 아기가 3살이 되던 해. 아내는 옷과 함께 핸드메이드 악세사리를 판매하기 시작 했습니다. 그때 당시에 유난히 악세사리 판매가 잘되었고 나중에는 재료가 바닥나 팔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재료를 사기위해서 동대문으로 아기를 데리고 출발했습니다. 동대문에 도착하여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고 이곳 저곳을 누비며 쇼핑도 했습니다. 사람들이 많아 아기를 앞으로 매고 쇼핑을 즐기던 중 어떤 여자분이 애기가 너무 이쁘다며 얼굴 좀 보자고 다가왔습니다. 아내는 이상한 사람이라 생각하며 경계 했습니다. 다가온 여자는 아쉬워하며 물러났다가 바로 뒷쪽에 또 다른 여자가 다가와 "사실은 바로 옆 아기 옷가게를 하는데 아기가 너무 이뻐서 우리 매장 모델로 써도 될까요?" 라는 뜻밖의 제의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아기옷을 집으로 배송하고 그 옷을 입은 사진만 찍어서 자기들에게 전송만 해주면 된다는 조건이었습니다. 나쁠것이 없었기에 그렇게 하기로 하고 이후 한달에 한번씩 옷이나 신발이 집으로 배송되었습니다. 모델을 우리아기로 하고나서 부터 매출이 급 상승 했다는 희소식도 전해 들었습니다. 4살이 되던해 사진과 짧은 동영상 하나도 부탁하여 간단히 촬영하여 보내드렸는데 며칠후 전화가 왔습니다. KBS주말드라마 감독이 우리아이를 캐스팅하고 싶어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우리가 보내드린 아이의 동영상을 우연히 지나가다 보고 맘에 들었다고 하였습니다.
아내와 저는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은 드라마 출연을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아내는 과거에 스타일리스트로 일한 경험이 있어 아이의 매니져 역할을 잘 수행할것이라 믿었습니다. 아직 말을 잘 못했기 때문에 대사는 다행이 없었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장면들을 찍는거였습니다.
2주에 한번씩 촬영을 하였고 최대한 아기의 생활패턴에 맞춰주었기에 부담이 덜 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드라마 제목이 '아버지가 이상해' 였습니다. 아직 확실히 정해지지 않은 제목이었지만,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우리 아기가 엑스트라에 지나지 않았지만 왠지 모르게 아기의 아버지인 제가 이상하다는 느낌으로 와 닿았기 때문 입니다.
3번쨰 촬영에서는 대사 하나가 있었습니다. "엄마!" 였는데 훌륭히 소화 했습니다.
촬영당시 고두심씨도 있었는데 귀엽다고 사탕 사먹으라며 만원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순조롭게 잘 진행되고 있던 어느날 감독님께서 연락이 왔습니다. 그동안 촬했던 주연급 배우 몇 명이 바뀌게 되어 본의아니게 하차를 해야 한다는 말을 전해 듣게 되었습니다. 감독님은 그대로 우리아이를 쓰고 싶어 했지만 작가까지 바뀌면서 남자아이 보다 여자아이를 더 필요로 한다는 거였습니다.
캐스팅은 감독보다 작가의 힘이 더 컸습니다. 저희 아이를 직접 캐스팅 한 감독님은 미안하다며 영화 한편 제작예정에 있는데 그떄 꼭 우리 아이를 다시한번 캐스팅 하겠다고 하였습니다.
며칠전에 '아버지가 이상해' 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문득 그날의 일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만약 계획대로 잘 진행이 되었다면 지금쯤 드라마에서도 우리 아이를 볼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