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안경테가 부러져 수리를 맡기러온 남자고객님이 계셨습니다.
그 고객님의 안경테 브랜드는 '스와로브xx' 로 나름 고가의 안경테였는데 다리 한쪽의 스프링이 파손되어 있었습니다.
수입제품의 경우 보통은 본사를 통해 수리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고객님은 출장 가기전에 반드시 써야 한다며 본사가 아니라도 좋으니 기간을 꼭 좀 맞춰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본사로 보내게 되면 1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국내업체로 보낼 경우 7일이면 충분했습니다.
국내업체로 물건을 보내고 깔끔하게 처리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고객님의 안경테는 5일만에 도착했습니다.
스프링이 파손된 부분은 다른 새것의 스프링으로 교체가 되었고 수리과정이 열을 이용하여 진행되다 보니 다리부분에 열에 의한 작업흔적이 표시가 나있었습니다. 다행히 안쪽이어서 겉으로 봤을 때는 티가 안났습니다.
고객님은 빠르게 처리해준 것에 대해 감사해 하였습니다.
그러나 제품을 받아 보시더니 깔끔하게 처리 되지 않은 안경테에 대해 불만을 표했습니다.
애초에 표시가 날수 있다는 설명을 빼먹은 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입니다.
고객님은 이대로는 쓸 수 없다고 하셨고, 당장 새제품으로 교체를 해달라고 항의하셨습니다.
그 제품은 다른 곳에서 구입한 안경테로 구입날짜가 오래되어 재고가 확실히 있다는 보장을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일단 초기 접수과정에서 설명이 미흡했던점을 사과드리고 다리한쪽을 새제품으로 교체를 해드리겠다고 약속하고 우선은 급한대로 수리가 완료된 안경을 쓰고 가시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재고를 알아보니 동일제품의 다리가 딱 한쪽이 있었고 운명이었는지 우리가 필요로 했던 한쪽 드리였습니다.
'스와로브xx' 브랜드는 정식 딜러샵이었기에 담당자를 통하여 그렇게 쉽게 구할 수 있었습니다.
출장을 다녀온 고객님께 다리를 어렵게 구하게 되었다고 생색을 내면서 교체를 해드리던 순간이었습니다.
이상하게 도착한 다리의 사이즈가 작았습니다. 디자인은 똑같았는데 말입니다.
알고보니 남성용, 여성용 두가지 모델이 나오는데 고객님의 안경테는 남성용이었고 우리가 구해놓은 다리 한쪽은 여성용이었던 것입니다.
또다시 딜레마에 빠지면서 소위 말하는 멘붕(멘탈이 붕괴되다.)이 왔습니다.
'어떻게 대처를 하지?' 재고는 없고 더이상 해드릴 수 있는게 없는 순간이었습니다.
고객님은 안경렌즈를 그대로 사용하고 사이즈에 맞는 다른 안경테를 지원해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그렇게는 해드릴 수 없었습니다. 열처리로 인한 표시가 나는 것은 본사에 맡겨도 결국은 같은 상황이었을 것이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안내를 안했다 하더라도 새로운 안경테를 드리는 것은 도가 지나친 제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중 갑자기 고객님은 스마트폰을 꺼내어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체인점의 대표라 생각하고 생각을 잘해서 답변해달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몇가지 질문을 하는데 초기응대 미숙으로 인한 직원의 실수한 부분을 잘 집어내어 질문했습니다. 대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고 이 자료는 본사에게 전송될 것이며 아는 후배의 뉴스기자들에게도 배포를 하겠다고 말씀하시기까지 했습니다.
일이 커지자 대표님이 나와서 사과를 드리고 결국 안경테를 새로 드리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치밀하게 파고든 고객은 처음이었습니다. 클레임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그래도 마지막에 고객이 웃으며 매장을 나가면 그걸로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일은 그렇다 하더라도 너무 고객의 입장에서만 편의를 봐주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억울함이 있었습니다.
경험이 많을수록 내공이 쌓이는 법이지만 이 경험으로 인하여 직원들은 한동안 곡객응대가 위축되고 지극히 사소한 것도 과도한 설명을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