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막 제대하고 학교 복학하기 까지 1년 정도의 공백이 있어서 어떤 아르바이트를 할까 고민하던 때였는데 아버지께서 울산 롯데 백화점 관리 소장으로 계셨고, 백화점 보안요원 관리자와 친한 사이로 자연스럽게 저를 보안요원으로 취직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검은색 정장에 귀에 이어폰 같은 걸 착용한 보디가드 같은 느낌의 보안요원!
잠깐의 아르바이트로 일할 예정이었지만, 꽤 멋진 직업일거라 생각했습니다.
울산 백화점 보안요원의 주된 업무는 24시간 타 백화점과 비슷하겠지만 역시나 백화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기 떄문에 주간반, 야간반 두 개조로 나뉘어 있었고 보름에 한번씩 교대로 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울산 백화점 보안요원으로 일하기전에 정말 궁금했던 것은 '이어폰으로 서로 주고받는 대화가 무엇일까?' 였는데 막상 일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황당하게도 "앞에 쓰레기 주워" 혹은 "오늘 점심 뭐냐" 등등 그렇게 중요한 얘기는 오가지 않았습니다.
보안요원의 최고 관리자를 우리는 '대장'이라고 불렀는데 대장님께 항상 보고해야하는 중요한 한가지가 있었습니다. 백화점의 최고 관리자인 점장님의 행방을 항상 보안요원들은 보고를 해야하는데, 대장님은 점장님이 사무실에서 나오는 순간 부터 귀가하실 때 까지 보안요원들의 보고를 받으면서 일일이 체크를 하셨습니다. 만약 점장님의 행방을 중간에 놓치기라도 한다면 시말서를 제출하게 될 정도로 중요한 업무중 하나였습니다. 보안요원들 사이에서는 점장님은 100번이라고 표현을 했습니다. 예를들어 "100번 3층으로 내려가는중" 이라고 표현합니다. 제가 근무하는 동안에는 처음근무하는 동기들이 많아서 어느정도 긴장하면서 업무를 해서인지 놓치는 경우가 없었습니다.
보안요원들은 아침회의시간에 각자의 구역을 배당받게 됩니다.
보통 1인 2개층을 관리하게 되는데 백화점내에 소매치기같은 범죄가 일어났을 때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줘야 합니다. 제가 근무하던 당시에 딱 한번 그런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는데, 스카프 특별행사로 사람들이 많이 붐빌 때 였습니다.
고객층이 아주머니들로 널브러져 있는 스카프들을 만지막 거리면서 맘에 드는 것을 구매하는데 어떤 한 아주머니가 손을 꼼지락 꼼지락 거리면서 스카프를 자신의 주먹 속에 쏙 집어 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방에 지갑을 꺼내는척 하면서 스카프를 넣기를 몇 번 반복하다가 결국 붙잡힌 절도 사건이 있었습니다.그 장면을 목격하고 대장님께 보고 후 곧장 경찰을 불렀습니다. 아주머니는 그 자리에서 바로 체포되어 갔는데 이후 cctcv로 확인해 보니 절도 스킬이 대단했습니다. 한 두번의 솜씨가 아닐정도로 표시 안나게 잘 훔쳤습니다.
1년에 그런 절도사건은 한 두번 정도 있다고 하는데 범인을 잡은 기념으로 그날은 화려하게 회식을 했습니다.
보안요원으로 일하면서 가장 힘든일은 혼자서 이리저리 계속 돌아다니면서 신경을 곤두 세우고 있어야 하고 특히 앉아 있을 수 없는 것이 제일 힘든 일이었습니다. 지금생각해보면 안경사로 일하는 것도 서비스업의 일종으로 자리에 앉아 있기보다는 서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때의 보안요원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그때의 일들을 잘 소화하였기에 지금 하는 일이 힘들지만 잘 참고 견디게 된 것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