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때 학교 복도에서 같은 학년의 여자아이를 처음 봤습니다.
그 아이는 또래 여자아이들보다 키가 많이 컸습니다.
그런 아이가 복도에서 친구들과 뛰어다니며 노는 모습을 봤었고, 한 해가 지나 6학년이 되었을 때 그 여자아이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그시절은 키순서대로 자리를 배정받던 시절이었고, 저는 반에서 키가 어느정도 큰편에 속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맨 뒷자리에 서로의 짝이 되었습니다.
그 친구와의 인연은 그때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많이 싸우기도 싸웠고, 많이 챙겨주기도 했고, 친한 친구로 지냈습니다.
경상남도에 위치한 학교였으나 이 친구는 서울말을 썼습니다.
알고보니 그친구는 서울 태생이였고, 아버지의 일 문제로 잠시 아래쪽 지방으로 이사를 오게되었는데, 그 잠시의 기간에 짝으로 만나게 되었던 것입니다.
6학년은 다른 학년보다 조금 더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건 바로 수학여행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때 당시의 자연농원(지금의 에버랜드), 설악산, 경주 불국사까지 여러군데를 돌아다녔지만 기억나는건 자연농원에서 함께 배를 타고 각 나라의 특징을 살려낸 인형들이 즐비한 세계일주 코스가 있었는데 배 위에서 함께 감탄했던 기억이 납니다.
실은 제가 그때 당시의 내성적인 성격이었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아무튼 같이 감탄했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6학년을 졸업하고 그 친구와는 따로 연락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친구는 다시 서울로 돌아갔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저는 저대로의 삶을 살아갔고,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교에 복학할 즈음에 그때 당시 굉장히 인기를 누리던 '싸이월드'가 있을 시점이었는데 문득 그 친구가 생각이 났습니다.
어디서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지내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했습니다.
싸이월드에 친구 이름을 검색해보니 약 20명 정도가 나왔고 저는 사진 하나하나를 체크해가며 걸러내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내가 아는 한 사람이 나왔습니다.
그 친구가 분명했습니다.
얼굴이 하나도 바뀌지 않은 그 친구를 보며 방명록에 반갑게 인사를 하고 전화번호도 함께 남겼습니다.
다음날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왔는데 바로 그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는 어이없게도 컴맹이었습니다.
PC와는 담을 쌓을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는 수준이었으며, 싸이월드 또한 친 동생이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그때 당시 그 친구의 직업은 스타일리스트였는데 업체측과 어떤 파일을 주고 받는 과정에서 싸이월드를 통해서 무언가를 하는 과정이 있어 동생이 만들어주면서 메인에 친구의 사진까지 올려줬던 것입니다. 저는 그 사진을 보고 방명록에 글을 남기게 되었는데 업체측과의 업무를 끝내고 더이상 싸이월드를 사용할 일이 없다고 생각되어 동생에게 싸이월드 계정을 삭제해달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 후에 동생이 싸이월드 계정을 삭제하려고 접속을 하던 날 방명록에 제 글을 발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동생을 이 사실을 그 친구에게 알려줬고 초등학교 6학년때의 인연을 다시 어른이 되어서 연결지어 이어나가게 되었습니다.
순간순간의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인연은 인연인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