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었을 때에는 전혀 안경없이 생활을 잘 해오던 사람이 나이가 들면서 노안이 되어 돋보기를 맞추려 할 때 난시가 처음으로 발견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안경사인 저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연 이분에게 난시를 처방하여 더 잘보이게 하는게 맞는지 아니면 난시를 무시하고 돋보기로만 처방을 해서 조금 덜 보이더라도 편하게 쓰실 수 있도록 하는게 맞는지' 라고 말이죠.



어느날 50대 초반의 한 남성 고객이 매장을 찾아왔습니다.

그분은 젊었을 때 안경의 '안'자도 모르고 살아왔다고 합니다. 안경이라고는 여름에 선글라스를 잠시 착용하는게 전부일 정도로 시력이 좋으셨는데, 최근들어 책이나 모니터의 글씨를 오랫동안 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셨습니다.

시력검사를 해보니 노안과 난시가 둘 다 발견되었습니다.

양안 시력으로 S+1.00D C-0.75D X 90 ADD+1.25D 였습니다.

이런상황에서의 저는 항상 고민하게 됩니다. '단순히 돋보기 도수만 처방을 해야 하는지 아니면 난시를 함께 처방해드려야 하는지' 라고 말이죠.

안경을 한번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난시처방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불편함을 느낍니다. 한참을 생각하다가 난시를 빼고 단순 구면으로만 하고 시력검사를 마쳤습니다. 검사할 때에 보시고자 하는 거리에 맞게끔 도수 측정을 하고  그 거리에서만 사용하시길 권장해 드렸습니다. 시력검사 최종도수(S+1.50D) 결과는 어땠을까요?



그 고객님은 매장 근처에 있는 공원을 매주 주말마다 운동삼아 오시는데, 맞춘 돋보기가 굉장히 편하고 좋다고 합니다. 그말을 들은 저로서는 역시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여겼습니다. 안경사는 법적으로 타각적 굴절검사가 아닌 자각적 굴절검사로 하게 되어 있습니다. 자각적 굴절검사라는 것은 고객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시력검사를 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게 서로 대화를 통해 시력검사를 하다보면 조금이라도 더 잘보이게 해드리고 싶은 욕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 욕심으로 많은 편차는 아니겠지만 어느정도의 과교정이 나올수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문제점은 사실 우연히 심하지 않은 난시가 발견 되었고, 젊은 시절에는 안경을 전혀 쓰지 않고 살아 왔을때 '돋보기에 난시를 넣을것인가 말것인가' 입니다. 이런 경우 심각하지 않은 난시이고 그리고 생활에 큰 불편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여 굳이 난시를 처방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러나 만약에 반대로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었다면 위와 같은 결론이 아닌 난시 처방을 필수적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경사 뿐만 아니라 안과의사들도 안경 처방에 있어서 자신만의 원칙이 있을텐데, 저의 원칙은  '항상 고객의 만족도를 우선시 하자' 와 '고객의 필요성에 따라서' 입니다.

굴절이상으로 느낄 수 있는 여러가지 변수들 사이에서 고객이 모르고 살았다면, 굳이 처방할 이유가 없다는 원칙인 것이죠.

우리 안경사는 오늘도 고객님의 소중한 눈에 대해 고민하고 또 고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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