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사라는 직업은 이직을 자주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안경원수가 과포화 되면서 한곳에 머물지 않더라도 갈 곳이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여러 곳을 다니며 일하고 싶었습니다.
조건도 맞아야 했지만 아무래도 매장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배움을 얻고자 초기에는 1년에 한 번씩 직장을 옮겨 다녔습니다.
안경사는 전문가이면서 서비스가 공존하면서 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게 됩니다.
보통 21시나 22시까지 심지어 남대문에는 24시간 하는 곳도 있습니다.
3년차에 접어들면서 새로 옮긴 곳은 3년을 근무하게 된 곳이었는데 근무시간이 다른 곳에 비하여 파격적이었습니다.
10시출근하여 퇴근시간이 격일단위로 하루는 19시 다음날은 20시였습니다.
여름때면 해가 지지 않을 때 퇴근하는 맛을 볼 수 있었습니다.
다른 안경원에서 일하는 것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해 다음달이면 결혼을 하는데 여자친구와 일찍 만나서 연예도 할 수 있었고 좋은 추억의 시간들을 보낼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아파트 단지안에 위치한 매장이었는데 그달 매출이 전년대비 너무 떨어진 것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여러 가지 마케팅으로 할 수 있는것들이 많았는데 그때 당시 보이지 못했던 것들이 아쉽기도 합니다.
그렇게 아무런 대책없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사장님께 전화 한 통이 왔습니다.
그리고 표정이 안좋아지셨습니다.
건물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계약만기일이 다가와서 재계약시 금액을 올리겠다는 말이 오갔던 것이었습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회식을 하면서 사장님께서 이번 달을 마지막으로 가게를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하시면서 당분간 다른 곳으로 일자리를 옮기라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매장여건이 다른 어떤 곳 보다 좋아서 너무 아쉬웠습니다.
공교롭게도 결혼 바로 전날까지 오픈을 하고 결혼 당일에 매장을 철수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저는 무직인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되어 황당하기도 하였고 한편으로는 사장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곧 저의 아내가 될 여자친구에게 뭐라 설명을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다음날 퇴근하고 전철역으로 걸어가다가 우연히 근처에 새로 오픈한 안경원을 봤습니다.
그런데 매장 안에는 예전에 잠시 저와 근무했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반가운 마음에 매장에 들어가 인사드리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그 매장의 사장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때마침 직원을 구하는 중이라 신혼여행이후 출근하기로 했습니다. 기가 막힌 우연이었고 상황에 맞게 딱딱 들어맞는 것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살다보면 이런 날도 있는가 봅니다.
결혼식에는 함께 일했던 사장님과 앞으로 함께 일하게 될 사장님 두 분다 와주셨습니다. 웃긴 얘기지만 함께 일했던 사장님은 저의 축의금을 옆에 이름이 비슷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셨다고 합니다.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마지막까지 저를 울리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