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전 어느 날로 기억합니다.

그때 당시에 안경사로 일하면서 안경을 만지막거리며 이리 저리 피팅에 대해 한참 연구할 시점이었는데 근무하던 안경원의 대표님은 마라톤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대표님은 페이스메이커 였습니다. 대표님은 어느 날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 속 자신의 살찐 얼굴을 보고는 살을 좀 빼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다이어트로 시작한 마라톤이 그때 벌써 10년째 접어들고 계셨었습니다. 만약 그때 대표님이 아직까지 마라톤을 하고 계신다면 18년차에 접어드시겠죠.

대표님은 종종 1:1코치를 해주겠다며 마라톤제의를 하시곤 했는데 여러 가지 변명으로 회피 하다가 더 이상 변명거리가 없을 떄 시작하겠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달리기라는 것을 고등학생때 이후로 많이 해보지 않아서 자신도 없었고 퇴근 후에 휴식을 만끽하고 싶은 생각이 더 컸습니다.



대표님은 마라톤사이트에 있는 여러 대회 중에서도 가까운지역에서 개최하는 마라톤대회를 신청하고 대회가 열리는 날까지 훈련계획표를 월간계획부터 주간계획 일간계획까지 철저하게 작성해 주셨습니다. 마라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저는 하프, 10km, 5km까지 다양하게 대회가 구성되어 있는 줄은 전혀 몰랐었습니다.

풀로 뛰기엔 너무 역부족일 것 같아서 일단 하프로 신청을 하였습니다. 하루를 뛰면 몸이 기억하는 시간은 48시간으로 하루는 거르되 이틀은 거르지 말라고 일러 주셨습니다. 이왕 시작한거 '그래 열심히 해보자 할 수 있다.' 라고 마음먹으며 최선을 다해 계획표대로 운동을 하였습니다.

안경사는 근무시간이 길었기에 퇴근후 밤10시쯤에 운동을 시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3개월간의 계획 그리고 대회출전이었습니다.

첫 한 달 동안 정말 열심히 훈련을 했습니다. 하루5km정도 천천히 달리고 하루 쉬고 또 5km로 달리고를 반복하다 2달째부터는 10km를 달리기 시작하였고, 3달째부터는 대표님과 함께 새벽에 만나 15km를 뛰기도 했습니다. 생각보다 잘 뛰는 제 자신을 보며 놀랍기도 했고 대회날이 오히려 기다려지기도 했습니다.



대회 7일전부터는 다치면 안되기 때문에 적당히 뛰면서 컨디션을 조절하고 달려가면서 종이컵에 든 물을 집어서 마시는 방법들에 대해 배웠습니다.

대회당일 대표님은 직원하나 마라토너로 만들기 위해 1:1개인 페이스메이커 신분으로 출전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대회를 참석하였고 다들 들떠 있는 표정이었습니다. 저역시도 뭔지 모르겠지만 들떠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제 나름 열심히 준비했었기에 가능한 기분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평소 연습한대로 하면 된다' 리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21.0975km를 연습동안 제대로 뛰어 본 적이 없어 살짝 불안한 마음도 있었습니다.

마라톤대회가 드디어 시작했고, 가슴이 뛰고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첫5km까지가 제일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10km접어들면서 조금씩 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연습당시 15km를 뛸 때 14km에서부터 많이 힘겨워했는데 역시나 실전에서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습니다. 13km에서 옆에서 쓰러져 응급차량이 와서 부장자를 싣고 가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헥헥거리며 뛰는 와중에도 대표님과 어느정도 대화를 나눌 수 있었는데 "초반부에 너무 무리를 하면 저렇게 된다." 라고 말씀해주신 기억이 납니다. 15km를 넘겨 16km를 뛰고 있을 때는 정말 전부 다 포기하고 걷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았는데 그럴 때마다 대표님이 "화이팅"을 외쳐 주셨습니다. 18km부터는 나와의 싸움이었습니다.

앞이 깜깜하고 다리에 감각도 없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저로선 긴 시간이 지나 21.0975km의 마지막 정상이 보였습니다. 장장 2시간5분의 성적으로 완주에 성공 했습니다 당초 2시간의 계획에는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었지만 생애 처음으로 마라톤을 풀은 아니지만 하프로 완주했다는 것에 자랑스러웠습니다. 완주 후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절뚝거리며 시원한 물 한자 마시고 있던 저에게 대표님이 웃으며 마라톤 하프 완주 축하 메세지를 전달해주셨습니다. 이어 말씀하시길 "이 선생 이따 매장에서 봐" 라고 말입니다. 전 그날 아침 일찍 시작한 하프마라톤을 무사히 끝내고 밥로 출근을 했습니다.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시험하는 하루였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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