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적 부모님의 가슴에 못을 박았던 나쁜 짓을 저질렀습니다.
10살 때 있었던 일입니다. 12월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습니다.
그때는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분위기가 지금과 조금 다르게 훨씬 더 분위기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만큼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크리스마스의 설렘이 없습니다. 아무튼 그때는 굉장히 들뜨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동네 성당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나눠준다고 동네 아주머니께서 말씀해 주셨습니다. 종교는 달랐지만 다양한 먹거리도 무료도 주고 선물까지 준다고 하니 어머니께서도 선뜻 허락해 주셨고 친구들과 함께 성당으로 달려갔습니다.
도착해보니 유치원생부터 초등학생들이 엄청 많았고 성당입구부터 벌써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워낙 어린아이들이 많았기에 줄을 서서 대기하는 중에도 장난치고 앞에서 밀치고 뒤에서 밀치고 정신이 없었던 걸로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중 뒤에서 저를 거세게 밀치면서 저는 앞에 모르는 또래 아이까지 밀게 되었습니다. 앞에 있던 또래아이는 밀었다는 이유로 저의 얼굴을 때리고 얼굴을 할퀴었습니다. 싸움을 전혀 할 줄 몰랐던 저는 그 아이의 어깨를 이빨로 물기만 했고 그 아이는 제 얼굴이 피범벅이 될 정도로 얼굴을 할퀴었답니다.
나중에 수녀님이 말려서 싸음이 끝이 났지만, 이미 저의 얼굴은 망신청이가 되었고 앞을 못 볼 정도로 피가 얼굴에 덮여 있었습니다.
수녀님은 저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라셨고 수녀님과 함께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께 이 사실을 알려드렸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제 얼굴을 보시고 기절하실뻔 했다고 합니다.
얼굴은 손톱에 의해 피부 군데군데 파여있었고, 그 위에는 핏자국이 선명히 나있었습니다. 간단한 응급처치로 연고를 바르고 그 아이를 찾아 다시 성당으로 갔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그 아이와 함께 그 집으로 찾아가 그 아이의 어머니에게 어떻게 하실거냐고 따지셨지만 그아이의 어머니는 형편이 어려워 사정사정 하면서 연고 값만 지불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해 크리스마스는 그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한달 동안 얼굴에 연고만 바르고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얼굴에서 이상한 변화가 생겼습니다. 얼굴 깊게 파인 손톱자국에서 올록볼록하게 여드름같이 이상한 것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커지기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정말 보기 흉할 정도로 커졌습니다. 연고의 부작용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어머니와 저는 당시 유명했던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성형외과로 갔는데 TV에서도 나오는 유명한 분이시라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습니다. 의사선생님은 저의 얼굴을 보고 굉장히 난해해 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결국 전기치료로 전부 없애긴 했는데 그 수가 무려 64개였습니다.
병원에서 말하길 그것은 '물사마귀' 라는 질병이라고 했습니다. 64개의 물사마귀 지금생각해도 끔찍합니다. 수술하는 동안 제발 낫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파도 참았습니다. 거울을 보니 물사마귀는 없어졌고, 그자리에 점처럼 자국이 남아 있었습니다. 이제 일주일에 한번씩 치료를 받으면 끝인가 했습니다. 그로부터 한달 후 점위에는 다시 물사마귀가 생겨나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3개월 후 수술 이전과 같은 상태로 돌아갔습니다. 병원에 찾아가 엑스레이를 찍었는데 손톱의 균이 얼굴 깊숙히 침투해 물사마귀의 뿌리가 박혀있어 전기치료로는 안되고 피부를 파내어 뿌리채 건져내야만 한다고 했습니다. 평생 흉터로 남게 될 운명이라고 했습니다.
그날 어머니께서는 저를 보시며 매우 안타까워 하셨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에 피부를 파내는 수술을 진행했습니다. 전기치료와는 차원이 다르게 아팠습니다.
저의 팔과 다리를 간호사들이 다 달라붙어 잡으면서 수술을 진행 했습니다.
악몽의 수술시간이 끝나고 한동안 저는 붕대를 감고 학교를 다녀야 했습니다.
붕대를 푸는 날 조금 기대를 했지만 흉터자국이 선명한 저의 얼굴을 보면서 기대는 실망으로 바뀌었습니다. 의사선생님의 말씀으로는 커가면서 흉터는 작아질 것이지만 완전 없어지진 않을거라고 하셨습니다. 지금도 그 흉터는 저의 얼굴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 날 이후 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가 '남자라서 다행이다.' 입니다.
'어릴때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 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저와 같은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될 일일 것입니다. 한순간의 싸움으로 몇 년을 고생하고 평생 흉터로 남으니까요.
지금 저에게는 5살된 아들 한명이 있습니다. 얼굴을 다치는것에 유난히 예민하여 얼굴에 조그만 상처가 날 떄면 저도 모르게 겁을 많이 냅니다.
혹시나 흉터로 남게 되는건 아닌지 하면서 말이죠.
제 아들이 저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길 진정으로 바라며 건강하게 잘 커주길 바랍니다.